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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박주애 제주도립미술관

1989, 제주 출생; 제주 거주/활동

+ 작가소개

박주애는 제주에서 태어나 살고 있으며 이상적으로 비추어지는 제주의 풍경에 반항하며 늙은 가옥들을 상상력과 개인의 경험을  토대로 초현실적인 그림으로 표현한다. 보이는 풍경이 아닌 내밀한 마음의 풍경을 그리기 시작했고 목욕탕, 연못, 반인반수, 겉으로 보이지 않는 깊은 수심을 가진 물, 오래된 나무의 뿌리를 소재로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와 미술과 작가 자신의 관계를 연결하여 질문하는 작업을 해 왔다. 최근에는 뉴욕에서 아티스트 레지던시를 하며 낯선 곳을 치열하게 돌아다니고 탐색하며 작업하고 있다. 

+ 작품소개

작가노트:

하룻밤을 자고 일어나니 13시간이나 느려졌다. 정확히 어떤 시간에 걸려 있는지 나는 알 수가 없다. 맨하튼 오래된 아파트에 들어갔다. 주인과 짧은 대화를 나누고 새하얀 침대 시트에 조심스레 앉았다. 시차 적응을 못해 뜬눈으로 하루를 보내고 배고파 작은 가게에서 과일 몇 조각 커피, 빵을 집어 들고 달러를 내밀었다. 상인은 잔돈을 주며 영혼 없이 "해브 어 나이스 데이" 라고 했다.ᅠ형식적인 인사말이었지만 나는 좋은 하루를 진심으로 보내고 싶었다. 그토록 가고 싶던 미술관 거리만 걸어도 걸어도 행복할 것 같았지만 뉴욕 거리에 피어나는 증기처럼 내 맘은 뿌옇게 흩어졌다. 나의 긴 여행의 시작은 사무치는 외로움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제주도에서 여기 오기 직전까지 사랑을 속삭이던 남자친구, 3박 4일 동안 떠들어도 여전히 할 말이 남아 있는 친구, 매일 싸우고 내일모레 서른인 나의 등짝을 후려치는 엄마, 그냥 생각이 났다.ᅠ치열하게 뉴욕의 도시를 걸었다. 처절하게 새로운 무언가를 가지고 싶었다. 나에게 모든 여행이란 후각이 예민한 들개처럼 어딘가에 흩어져 있는 영감을 찾으러 다니는 사냥의 행위에 가까운 것 같다. 낯선 곳에서 이 외로움에 관해 질문을 던졌다. 혼자 돌아다니니 모든 감각이 커지는 느낌이었다. 부지런히 제 할 일을 한 다리를 쉬며 페이스북 구경을 했는데 유나이티드 항공직원이 중국 승객을 폭력적으로 내쫓는 동영상을 보았다. 아직 적응 못한 뉴욕을 더 정떨어지게 하였다. 영상을 보며 어쩌면 사랑이라는 낯 뜨겁게 느껴지는 단어의 본질이 상실된 세계에 살고 있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를 생각한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 아닐까 싶다.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없기에 나에게 펼쳐진 세상은 핑크빛이 아니라 잿빛이라고 느껴졌다. 어디에 가든 상관없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가야 하는 것 같다.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사랑이 뭐냐고 물어봤다. 대낮부터 낮술을 먹었냐고 욕을 했지만 참 어려운 질문이라고 하였다. 나는 미술을 찾으러 이곳에 온 게 아니라 외로움으로 시작해 나의 사랑에 대해 질문하는 시간을 가지러 온 것 같다.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나 있는 사랑이 넘치는 곳은 있기나 한 걸까?

  • 박주애, 러브랜드, 2017, 천에 드로잉 설치작업, 가변크기